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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P·FHE·TEE·MPC란? 어렵게 느껴지는 프라이버시 기술 쉽게 알아보기

읽는 시간 약 14분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처음 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어려운 용어입니다.

ZKP, FHE, TEE, MPC, SSI, DID처럼 약자로만 표현되는 기술이 많다 보니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념을 하나씩 풀어보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대부분은 우리가 인터넷이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ZKP,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사실을 증명하는 기술

ZKP는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을 의미합니다.

영지식증명의 핵심은 필요한 사실만 증명하고 그 외의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인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에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신분증을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신분증에는 나이뿐 아니라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사진 등 상대방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사람이 기준 연령 이상인가?’라는 사실입니다.

영지식증명을 활용하면 정확한 생년월일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도 일정 연령 이상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원리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 계좌의 실제 잔액을 공개하지 않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개인의 상세한 이력을 공개하지 않은 채 특정 자격 요건을 충족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신원을 직접 공개하지 않으면서 실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Zcash가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Zcash는 영지식증명 기술을 활용해 거래 당사자나 거래 금액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거래가 유효하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Aztec 역시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영지식증명을 활용하고 있으며, Mina Protocol은 블록체인의 상태를 작은 크기의 암호학적 증명으로 압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결국 ZKP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필요한 정보는 증명하지만, 불필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FHE,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지 않고 계산하는 기술

FHE는 완전 동형 암호화(Fully Homomorphic Encryption)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암호화된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먼저 암호를 해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잠겨 있는 파일 안에 있는 숫자를 계산하려면 먼저 파일을 열고 데이터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FHE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 그대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이 환자의 실제 의료 기록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암호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AI 분석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은행 역시 고객의 세부 금융정보를 그대로 열어보지 않고 신용평가에 필요한 계산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사용자의 파일 내용을 읽지 않은 채 필요한 연산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즉 데이터는 계속 잠겨 있지만 계산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FHE 분야에서는 Zama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힙니다.

Zama는 완전 동형 암호화를 블록체인과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EVM 기반 네트워크에서 암호화된 상태의 스마트 계약 연산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FHE가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데이터 사용과 개인정보 공개를 반드시 같은 의미로 볼 필요가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가 데이터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데이터 내용은 알 수 없는 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TEE, 프로세서 내부에 만드는 보호된 공간

TEE는 신뢰 실행 환경(Trusted Execution Environment)을 의미합니다.

개념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컴퓨터 프로세서 안에 외부에서 볼 수 없는 별도의 보안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공간 안으로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들어가면 계산이 수행된 뒤 결과만 외부로 나오게 됩니다.

운영체제나 다른 프로그램은 해당 영역 안에서 처리되는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없도록 설계됩니다.

TEE는 스마트폰의 보안 기능에서도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기에서는 생체 인증 정보와 암호화 키 등을 일반 애플리케이션과 분리된 보안 영역에 저장합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TEE를 활용해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연산을 수행하려는 프로젝트들이 존재합니다.

Secret Network와 같은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스마트 계약이나 AI 연산 등에 이러한 보안 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해 왔습니다.

다만 TEE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ZKP나 FHE가 수학적 암호 기술을 중심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과 달리 TEE는 하드웨어 자체의 안전성도 신뢰해야 합니다.

즉 프로세서 제조사가 보안 영역을 제대로 설계했고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이나 백도어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TEE는 현실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개인정보 보호 기술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보안 모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MPC,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함께 계산하는 방법

MPC는 다자간 컴퓨팅(Multi-Party Computation)을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계산해야 하지만 각자가 가진 데이터는 서로 공개하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세 개의 병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각 병원은 서로 중복되는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전체 환자 명단을 다른 병원에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MPC를 이용하면 각 병원이 환자 명단을 직접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통된 환자가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각 참여자는 전체 정보 가운데 일부만 가지고 있으며 계산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합니다.

최종 결과는 얻을 수 있지만 어느 한 명도 다른 참여자의 전체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에서도 MPC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지갑은 하나의 개인 키를 이용해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키를 탈취당하면 지갑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MPC 방식에서는 하나의 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서로 다른 장소나 참여자가 관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격자가 한 곳의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전체 지갑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신뢰와 위험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SSI, 내 신원을 내가 관리하는 방식

SSI는 자기주권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신원 정보는 중앙기관이 관리합니다.

여권은 정부가 관리하고, 신용정보는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사가 관리하며, 회사의 계정은 해당 기업이 관리합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해당 시스템 자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SSI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개념입니다.

자격 증명을 사용자가 직접 보유하고 필요할 때 상대방에게 원하는 정보만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 사실을 증명할 때 졸업증명서 전체를 제출하는 대신 ‘해당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신분증 역시 이름과 주소,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두 제출하지 않고 특정 자격을 충족한다는 정보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정보를 대규모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반복적으로 저장해야 할 필요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Privado ID와 같은 프로젝트는 영지식증명과 분산형 신원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자신의 자격 정보를 관리하고 필요한 정보만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World ID 역시 사람이 실제 존재하는 고유한 개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디지털 신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NS는 처음에는 복잡한 이더리움 지갑 주소를 사람이 읽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기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후 지갑과 다양한 계정 정보를 연결하는 디지털 신원 인프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DID, 중앙기관이 소유하지 않는 식별자

DID는 분산형 식별자(Decentralized Identifier)를 의미합니다.

SSI와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나 SNS 계정은 대부분 특정 기업이 관리합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계정을 정지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면 해당 식별자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DID는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디지털 식별자를 만들기 위한 기술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식별자를 관리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에서 자신의 자격이나 신원을 증명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SSI가 ‘내 신원을 내가 관리한다’는 개념이라면 DID는 그 신원을 인터넷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주소에 가깝습니다.

자기주권 신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기술이 중요해지는 이유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활용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이용 기록과 위치 정보, 금융정보, 의료정보, 소셜미디어 활동 등 방대한 데이터가 다양한 기업과 플랫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 기술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려 합니다.

ZKP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FHE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할 수 있도록 합니다.

TEE는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된 하드웨어 공간 안에서 처리합니다.

MPC는 여러 참여자가 서로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동 계산을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SSI는 개인이 자신의 신원 정보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DID는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 식별자를 제공합니다.

각각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모든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넘겨야 하는 현재의 인터넷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술마다 장단점은 다르다

어떤 하나의 기술이 모든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ZKP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와 검증 기능을 제공하지만 복잡한 증명을 생성할 때 상당한 연산 자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FHE는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에서 계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일반적인 연산보다 계산 비용과 처리 시간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TEE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사와 구현 방식에 대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MPC는 여러 참여자가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참여자 간 통신과 시스템 설계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기술 가운데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술을 함께 적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ZKP와 DID를 결합해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신원 인증을 만들거나, FHE와 MPC를 함께 사용해 데이터와 암호화 키를 동시에 보호하는 방식 등이 가능합니다.

프라이버시 기술의 진짜 문제는 어려운 설명일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기술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가 이러한 기술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영지식증명이나 완전 동형 암호화라는 이름만 보면 매우 어려운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목적은 훨씬 단순합니다.

‘개인정보를 보여주지 않고 필요한 사실만 증명한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계산한다.’

‘민감한 정보를 안전한 공간에서 처리한다.’

‘서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함께 계산한다.’

이렇게 문제와 목적을 중심으로 이해하면 각각의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AI와 블록체인, 디지털 신원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개인정보 보호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더 많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인터넷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ZKP와 FHE, TEE, MPC, SSI, DID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성능과 비용, 사용 편의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신원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이들 기술의 활용 범위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mglo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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